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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의 심미안, 베르테르를 기억하라!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브랜드 스토리 Part.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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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라즈 모가담

학교를 다니던 한 학생은 PYE라는 전자제품 양판점에서 오디오 시스템을 구입했다. 앰프와 턴테이블이 모두 한 상자에 담겨 있고 벽에 부착할 수 있는 스피커로 구성되어 있었다. 그 학생은 아마도 그 때 그것이 러시아에서 만들어졌는지 몰랐을 수도 있다. 그 어린 학생은 오디오 시스템에 닥치는 대로 엘피를 얹어 들었다. 핑크 플로이드, 블랙 사바스, 딥 퍼플 등등. 때론 예스와 호크윈드 같은 프로그레시브 록까지 들으면서 음악에 심취해갔다.

그는 음악광이었지만 동시에 하드웨어에도 관심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더 성장해서는 턴테이블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단점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손재주가 좋았던 그는 결국 턴테이블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를 보고 있던 친구 한 명이 실제로 턴테이블을 본격적으로 생산해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었고 그의 대답은 ‘예스’였다. 이것은 한 음악광이 오디오 제작자로 성장하게 되는 이야기다. 바로 록산이라는 브랜드의 시작이고 그 시작은 투라즈 모가담이었다.

Roksan Xerxes 20 Plus

투라즈 모가담이 록산을 설립한 후 만든 제품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누가 뭐래도 적시스(Xerxes) 턴테이블이다. 그는 2500여 년 전 페르시아의 아케메네스 제국에 매료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리고 당시 왕인 키로스와 크세르크세스(Xerxes)는 거의 그의 영웅이었다. 키로스는 이미 사이러스라는 오디오 브랜드로 존재하고 있었기 때문에 투라즈는 크세르크세스를 턴테이블 이름으로 지었다고 한다.

roksan tms

내가 처음 록산을 알게 되고 사용했을 때의 느낌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적시스 이후 록산이 심혈을 기울여 완성한 플래그십 하이엔드 턴테이블은 마치 크세르크세스 황제 시대의 건축물처럼 아름다운 구조를 지니고 있었다. 지금은 영화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에게 추천해 구입했던 록산 TMS는 그렇게 록산의 아날로그 세계에 한 발자국 걸어 들어가게 되는 의식과 같았다. 라이라 헬리콘 카트리지의 성능도 그 때 알게 되었다. 균형 잡힌 대역 밸런스에 매우 섬세한 사운드. 록산 TMS는 당시 내게 예술 작품과 다름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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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 어쿠스틱스

바로 그 록산을 이끌었던 투라즈 모가담을 다시 만나게 된 건 우연이었다. 한창 R2R DAC가 해외에서 인기를 끌던 당시였고 나 또한 MSB, 데나프립스 등을 위시로 한 R2R DAC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상용 델타 시그마 칩셋의 소리에 질려 있던 당시 과거 채산성 및 설계 난이도 및 수익성 등에서 열세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R2R DAC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난데없이 국내에서 R2R DAC를 생산한 브랜드가 있었다. 바로 반오디오다.

vertere pulsehb usb

반오디오는 DAC 뿐만 아니라 운디네 같은 USB 허브를 출시해 반향을 얻었는데 이 또한 필자가 처음 리뷰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흥미로운 것은 반오디오에서 바로 이 USB 허브에 가장 좋은 매칭을 보여주는 USB 케이블을 찾아 헤매다가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를 찾았고 직접 수입하기에 이른다. 베르테르 어쿠스틱스가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되게 된 이야기다. 그리고 알고 보니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는 바로 록산을 이끌었던 투라즈 모가담이 록산에서 나와 설립한 브랜드였다.

투라지 모하담 대표

설계 철학

투라즈 모가담이 처음 턴테이블을 만들 때 주목한 것은 해당 모델의 단점이었다. 그는 톤암을 문제 삼았다. 그리고 그런 단점을 개선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 그는 이전에 없던 혁신을 이뤄냈다. 적시스, TMS 같은 결과물이 그 증거다. 아무리 뛰어난 테크니컬 스펙과 측정치를 가진 제품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어딘가 약한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중 가장 약한 부분이 전체 성능을 깎아버린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리고 이런 약한 부분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많은 투자와 R&D가 투입되어도 진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가 케이블을 만들기 시작한 것도 바로 이런 철학 때문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마일스 쇼웰 커팅 스튜디오

또 하나는 턴테이블 설계에서도 드러난다. 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음악광으로서 그 주변엔 뛰어난 뮤지션과 엔지니어들이 있다. 실제로 투라즈 모가담은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안에 자체적으로 독립 레이블을 만들어 운영하며 녹음 후 음반을 출시하곤 한다. 음악 연주와 녹음 그리고 매체에 담아 출시하는 제작 전 과정에 대한 그의 지식과 경험은 여타 턴테이블 제작사와 그 설계 철학에서 차등을 만들어낸다. 오로지 뮤지션과 엔지니어가 의도한 소리에 가장 가까운 소리를 가정에서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바로 커팅 머신에서 바로 커팅해낸 오리지널 래커 마스터의 그것 말이다.

마일스 쇼웰

예를 들어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턴테이블을 애용하는 엔지니어, 프로듀서들이 있다. 한 명은 애비로드 스튜디오의 마일스 쇼웰이다. 커팅 엔지니어로서 유명한 그는 특히 하프 스피드 마스터링의 귀재로 알려져 있다. 음질 좋기로 소문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Brothers In Arms’, 마이크 올드필드의 ‘Tubular Bells’ 등 수많은 하프 스피드 마스터링 엘피가 그의 손에서 태어났으며 이를 검수할 때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턴테이블을 사용한다. 또 한 명은 자일스 마틴이다. 비틀즈의 다섯 번째 멤버로 회자되는 프로듀서 조지 마틴의 아들인 자일스 또한 베르테르 어쿠스틱스의 열혈 팬이다. 최근 몇 년간 비틀즈 재발매의 믹싱이 바로 그 증거들이다.

fm acoustics

제작자의 레퍼런스 시스템?

베르테르 어쿠스틱스의 대표 투라지 모가담은 이처럼 엄청난 음악 애호가며 주변에 마일스 쇼웰 같은 최고의 엔지니어들이 있다. 당연히 그는 엘피 컬렉터로서 약 1만 장의 엘피를 보유하고 있다고 한다. 모차르트부터 베르디 또는 어렸을 적부터 좋아했던 핑크 플로이드와 프로컬 하럼 등은 물론 레이 찰스, 폴리스, 스티비 원더 등 팝 음악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그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만든 오디오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는 음악 애호가인 한편 철저한 완벽주의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업무 내내 완벽을 기하며 완벽을 강요받는 의사들이 일과 후 음악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듯 그는 어렸을 적부터 공학도로서 공부하며 음악을 즐겼다. 실제로 그는 임페리얼 칼리지 런던에서 공부했고 대학원에서 풍력 터빈을 설계하기도 했다. 당시 시뮬레이션과 측정 등을 반복하면서 깨달은 바를 턴테이블 설계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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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학도인 그는 측정과 청취라는 두 주제에 관해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다. 때로 엔지니어링에만 집착해 스펙만 뛰어나고 음질적인 퍼포먼스에선 인정받지 못하는 기기도 있으며 때론 청감상 소리를 좋지만 측정치가 형편없는 기기도 있다. 이를 양립 시킬 때 그야말로 명기는 탄생할 수 있다. 종종 측정치로 한 제품의 모든 성능 및 음질을 평가할 수 있다는 오만을 가진 사람들이 있지만 뛰어난 엔지니어이자 음악 애호가인 투라지는 그렇지 않다. 그는 측정도 중요하지만 청력 도한 측정치로 명료하게 드러나지 않는 특성이 있다고 말하며 궁극적으로는 청취가 중요하다고 일갈한다.

실제로 그의 레퍼런스 시스템을 보면 그의 이러한 철학이 허언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그의 시스템은 예상을 뛰어넘는다. 기본적으로 FM X-1 Inspiration 시스템에 역시 FM 223, 268 그리고 1811을 사용해 바이앰핑해 사용하고 있다.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스위스 하이엔드 메이커 FM 어쿠스틱스 시스템이다. 그리고 턴테이블은 자신이 만든 베르테르 어쿠스틱스의 RG-1 플래그십 모델을 사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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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테르를 기억하라

베르테르 어쿠스틱스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하다. 이 브랜드를 이끄는 투라지 모가담의 정체를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세부 설계 및 스펙을 보고 놀랐고 그 다음 성능을 테스트하면서 놀랐던 기억이 선명하다. 그리고 이후 대표의 바이오그래피를 알고 난 후엔 세상엔 이유 없이 일어나는 일이 없다는 걸 새삼 실감했다. 낯선 디자인의 제품들 안엔 투라지 모가담의 인생이 모두 함축되어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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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기억에 남는 부분은 역시 그의 오디오에 대한 태도와 철학이다. 시스템에서 음질을 저하시킬 수 있는 가장 취약한 요소가 전체를 결정한다는 내용. 케이블이 일종의 캐스팅보트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 아래에서 케이블 제작했고 톤암이 가장 취약해보여 턴테이블을 만들기 시작했다. 가장 취약한 부분을 개선하지 못한 상태에선 다른 곳에 아무리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서 개선되지 않는 부분이 생긴다는 이론에 근거한 것이다. 그리고 이런 철학은 그에게 오디오에서 온갖 해악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집요한 연구로 이어졌고 전에 없던 기술과 기기들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베르테르를 기억하라. 하이엔드 오디오에 대한 고도의 심미안이 여기 있다.

글 : 오디오 평론가 코난

제조사 : 베르테르 어쿠스틱스
공식 수입원 : 반오디오 (http://bannaudi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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